예전 큐슈를 간적이 있었다. 돈코츠라멘을 어찌나 맛나게 먹었었던지 친구한테 맨날 노래를 불렀었지
그때만해도 우리동네에선 라멘집이 찾기 힘들었고, 맛있지도 않았다.

서울로 올라온지 두달을 향하는 지금. 그때를 기억해준 고마운 베프놈이 홍대에 돈코츠라멘 맛있는데 있다며 알려줬다. 거기가 ‘하카다분코’
수요미식회에도 나왔다며 설명을 해주길래 기대를 가졌으나, 서울 너무 추워!! 안나가!!

그러다 날씨도 좀 풀리고 시간도 되길래 아침 일찍이 다녀왔다.



좀 일찍 가서 이 사진을 찍었고 이게 끝이다. 더 찍고싶은 욕구도 없고, 먹었다고 누구한테 알릴 가치도 없었다. 그냥 다녀왔다는 증거? ㅋㅋㅋㅋ

그래서 결론은??
완전 개실망.일본식 돈코츠라멘이 아니라 이미 한국식 돈코츠라멘이다.
뭐 한국인이 찾게끔 한국식으로 잘 바뀐거라면 성공이다. 하지만 난 앞으로 다시 갈 일 없을꺼다. 돈아깝다.

하나씩 풀어보자....낱낱히!
1. 우선 문을 열고 입장하면 제일먼저 냄새가 나야하는데, 이건 뭐 아무 냄새가 안난다.
돼지국밥집도 잘되는집은 근처에만 가도 육수냄새가 나는데, 라멘집에 아무 냄새가 안난다. 한참 피크때 돼지국밥을 먹고나오면 옷에 냄새가 남는 맛집도 있건만...아~~~주 깔끔하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꼬끝에서 위 깊숙한곳까지 한번에 확 와닿아야 하는데 전혀 없다.
심지어 라멘을 받아들고 면을 먹으려 고개 숙일때나 조금씩 냄새가 난다는걸 자각한다.

2. 면발이 꼬들꼬들~~하니 아주 꼬들거리기만하다.
이건 뭐 각자 식당마다 주인이 국물과 가장 어울리는 면발을 찾은거겠지만, 너무 꼬들거리고 국물과 따로논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올려 후루룩 빨아올리면 입안에는 면 씹히는 맛만 느껴진다.
다시 국물에 푸욱!! 담궈 한번에 입에 넣으니 조금 국물과 어우러진다.
그러는 와중에 냄새조차 적으니 면이 따로논다.
물론 면은 몇번 먹어보면 손님이 원하는데로 주문할수도 있지만, 어차피 다시는 안갈꺼니깐 상관없겠지.
그렇지만 다시 갈 일이 생긴다면 면을 더 삶아서 덜 꼬들거리게 해달라고 하거나, 라멘을 받고서 3분정도 놔뒀다가 먹을것이다.

3. 국물이 진하지 않다. 냄새가 적은 이유를 알겠다.
집에서 끓인 사골 곰탕도, 우리동네 돼지국밥도 진국이 우러나면 끈덕끈덕 거린다. 입술이 들러붙는 느낌이 나는데 여긴 그런게 없다.
먹고나서 입안에 국물맛이 진하게 남아있지도 않다. 라멘을 먹고 바로 커피를 마셔도 커피맛을 제대로 느낄만큼 입안에 남아있지 않다. 가볍다.
이러니 냄새도 적고 면에 국물맛도 안느껴지는게 이해가 된다.

내가 완전 개실망 한 이유가 이거다. 이건 한국식이다.
여러 일본 라멘집을 찾아가서 먹어봤지만 일본식 돈코츠와 미소라멘을 먹기 힘들다.
몇번은 사장님들한테 물어봤다. 국물이 상당히 덜 짜고, 국물에 기름도 없다고.
사장님 대답은 :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안좋아한다는거다. 본인들도 처음에는 일본식을 고수했는데 그걸 먹은 손님들이 “짜다” “기름이 너무 많다” “이건 빼주세요” 등등 주문이 많으니 - 본인의 고집을 꺽고 손님들이 원하는 맛으로 바뀔수밖에 없었다는거다.

식당을 운영하려면 우선 돈을 벌어야되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수요미식회니 인터넷검색이니 봐도 칭찬일색인게 문제다. 일본 본토의 맛? 개소리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잘 조절된거겠지.

테이블 앞의 반찬을 보니 김치가 제일 먼저 보인다. 역시 손님 입맛따라 한국식인게다.

4. 내가 “은라멘 하나요” 하면 사장이 들릴꺼다.
그걸 직원이 듣고, 그걸 또 일본어로 이야기한다.
그래봤자 “은라멘 하나, 청라멘 하나”인 있으나마나한 일본어......그래 그건 너네들 방침이니 이해한다.
음악은 왜그리 크게 트는거야? 템포 빠른 음악만 나오는데 먹다가 체하것다.
이건 뭐 주방장(보통은 사장이지)과 대화차단의 목적이냐? 옆사람과 대화도 정신사납다.

5. 젓가락. 차라리 일회용 나무젓가락 바꾸는간 어떨런지...거뭇거뭇한게 나무젓가락은 쓰다보면 당연히 그러니 자연스러운건데, 그건 집에서 내가 쓰는거나 그런거고
장사할때 그건 더러워보임. 면 먹을때도 젓가락을 입안에 거의 안넣고 먹었다.


결론이다.
이래저래 대실망. 그냥 일본라면 수입코너에 있는 봉지라면이 더 일본라멘답다.

이거 가끔은 육수 냄새 심한건 돼지국밥 즐기는 경상도 사람들도 역하게 느낄정도로 쌘것도 있더라.
차라리 이게 낫지...이거 끓여봐. 온 집안에 냄새가 꽉!!
면도 내가 삶으니 조절가능하다. 다만 차슈가 아쉽지.

아 그리고 이건 내 이야기는 아니라 뒤에 살짝 붙여본다.
인도에서 인도식 카레를 먹어본 사람이 인도식 카레는 못먹겠다고 하더라. 한국식 카레만 먹는거지...그리고 김치 없이도 못먹고.

입맛이란건 주관적이니 그리 먹는다면 그리 먹으면 되는거다. 그게 지극히 정상적이지.
다만 그럴꺼면 먹고나서 일본을 느꼈다같은 개소리는 하지말자. 한국식 카레같은 한국식 라멘이다.

그리고 분명히 말해둘 점은, 난 완전 개실망했다.
내가 맛없다고 남들도 맛없는건 아니니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친구의 말, 수요미식회의 명성, 그리거 개좆같은 블로거들. 존내 빨아~
그걸 믿고 너무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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